대구시향이 들려주는 말러 '교향곡 제5번'
18일 정기연주회…고통에서 환희로! 말러의 애틋한 사랑 고백
클래식 음악 감상에 단계가 있다면, 마지막에 이르러 만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 바로 '구스타프 말러'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8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제509회 정기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제5번'을 들려준다. 고통과 환희를 오간 말러의 극적인 삶과 사랑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백진현의 지휘와 해석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2024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이날 공연에서는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색채감을 만끽할 수 있다.
19세기 말,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말러는 "교향곡은 세상과 같아야 한다. 모든 걸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처럼 이번 무대에서 만나게 될 '교향곡 제5번'은 작곡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사라진 대신 한층 성숙한 자아가 단단히 압축되고 절제된 정서를 표현하고 있으며, 초기 교향곡들과 달리 성악을 배제하고 순수 기악으로 새로운 음향 세계를 구축하며 관현악법의 획기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총 5악장 구성이며, 3악장을 기준으로 어두웠던 전반부와 환희와 빛으로 가득한 후반부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런 극적인 구성은 베토벤이 즐겨 사용한 '어둠에서 광명으로'를 연상시키는데,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삶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은 베토벤의 작품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곡은 장송을 알리는 트럼펫의 팡파르로 시작된다. 처절한 선율과 리듬 속에는 절망과 슬픔이 가득하다. 장송행진곡인 제1악장과 태풍처럼 격렬하게 연주하라는 제2악장은 음악적 소재와 요소가 매우 유사해 하나로 묶어 해석되기도 한다. 말러는 1901년 2월 건강 악화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당시의 불안과 공포를 이 작품의 도입부에 담았다.
작품의 중심축이자 호른 독주부가 인상적인 3악장이 지나면, 말러의 인생에도 봄이 찾아온다. 1901년 11월, 마흔한 살의 말러는 열아홉 살 연하의 알마 쉰들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알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 곡의 4악장이 된 '아다지에토'를 작곡한 다음 그 악보를 보내 구혼해 결혼에 성공한다. '알마에게 쓴 말러의 사랑 편지'라고도 불리는 4악장은 투명한 선율이 무척 아름답고, 영화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해학적이면서 역동적인 분위기 속에 환희의 순간을 맞으며 마친다.
말러는 '교향곡 제5번'에 별도의 표제는 붙이지 않았으나, "이 곡은 거칠고 열정적이며, 엄숙하고 비극적인 인간의 모든 감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단지 음악일 뿐이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고 한다. 1902년 완성된 곡은 1904년 독일 쾰른에서 말러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후에도 말러는 관현악법의 부족한 점이 발견될 때마다 계속 개정해 출판업자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번 무대에선 1910년판으로 연주한다. 일반 R석 3만, S석 1만 6천, H석 1만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문의 053-430-7765.